제주의 서쪽에 자리잡은 로컬 의류 브랜드 "씬오브제주"의 강보람 대표를 워크숍타운이 만났습니다. 

자연 염색(천연 염색)과 함께 웰니스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는 강보람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안녕하세요, 강보람 대표님! 씬오브제주와 대표님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강보람입니다 :) 저는 이전에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였어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를 보고 중학생 때부터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언론정보학과 의류패션학을 복수 전공하고, 서울에서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씬오브제주를 운영하고 있고요. 씬오브제주는 자연 염색의 대중화를 꿈꾸는 브랜드예요. 자연 염색 의류가 중장년층에게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일상 속에 함께하길 바라요. 자연 염색은 정말 매력이 많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패션 매거진 에디터에서 자연 염색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씬오브제주를 시작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긴 이야기인데요..! 어릴 때부터 꿈꿨던 패션 에디터가 마침내 됐을 때, 처음에는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데 점차 제가 회사의 부속품이 되어 가는 기분을 느끼며 회의감이 찾아왔죠. 저는 명예가 중요한 사람이라 제 이름 석 자로 나가는 기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큰 편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연차가 쌓여 갈수록 제가 원하는 기사가 아닌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매너리즘이 왔고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어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안으론 모순적인 패션 시장에 대한 괴리감이 들기도 했고요. 명품 브랜드의 값비싼 제품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이게 과연 그 정도 값어치가 있는 물건일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쉬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자!' 라는 결심으로 제주살이를 시작했어요.

네 정말 이해돼요. 모순이 느껴지는 기존의 삶을 멈추고 다른 방향의 삶을 찾아나선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대표님의 용기가 정말 멋져요!

감사해요. 정말 다이나믹한 시간이었어요. 제주로 와서는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1년 정도 했어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에 로컬 의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하와이에는 하와이안 셔츠가 있잖아요. 그래서 제주에도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로컬 의류에 대해 찾아보다가 갈옷이라는 제주 전통 의상을 알게 됐어요. 천연 소재의 옷을 감으로 만든 감물로 염색한 옷인데요, 감물로 염색을 하면 신기하게도 옷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빳빳해져요. 발수 코팅이 되는 느낌이라서 농사나 어업하시는 분들이 작업복으로 많이들 입으시던 전통 의상이에요. 습한 날씨에 딱이라서 저도 비 오는 날이나 여름에는 자주 입는데요, 자연 염색 의류가 이렇게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중장년층에게 한정된 디자인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외면 받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젊은 층도 잘 입을 수 있도록 예쁘고 세련된 자연 염색 옷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씬오브제주를 시작하게 됐어요.

패션에디터로의 시선이 씬오브제주의 탄생에 한 몫 했군요! 저도 자연 염색 의류는 중장년층만 입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씬오브제주의 옷들은 너무 예뻐요. 그런데 씬오브제주에서는 자연 염색 체험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자연 염색 클래스는 씬오브제주의 진정성이 담긴 프로그램이에요. 사실 자연 염색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진짜 매력적이에요. 작업 과정 자체가 힐링이거든요. 그래서 진짜 매력인 염색 과정은 나만 즐기고, 결과물만 파는 건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천연 염색사 과정을 수료했는데요, 염색 과정이 어렵고 힘든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청정한 자연을 직접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면서 작업물을 창조해내는 게 정말 행복하고 설레는 일이에요. 매번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데, 매번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작업자의 만족도가 얼마나 큰지 몰라요. 모두들 그 과정을 꼭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런 행복한 작업을 고무장갑 끼고, 빨간 대야에 하면 힘들게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씬오브제주에서는 자연 염색의 기쁨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도록 트렌디하고 모던하게 프로그램을 마련해뒀습니다. 

저도 인터뷰를 하면서 천연 염색에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자연 염색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소재와 재료, 그리고 자연 매염제에 따라서 염색법과 관리법이 다 달라요. 예를 들면, 쪽이라는 재료를 사용하면 하늘색이 나오고, 꼭두서니를 사용하면 핑크색이 나와요. 원하는 컬러와 느낌에 따라서 모두 다른 방법과 재료를 써야 해요. 그래서 자연 염색이 어렵기도 하지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보통은 재료를 끓이거나 고온의 압력으로 쪄서 염색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해요. 씬오브제주에서는 꽃과 나뭇잎을 이용한 염색을 많이 하는데요, 나뭇잎을 옷에 대고 떡처럼 쪄요. 그럼 나뭇잎의 성분이 옷에 스며들면서 모양과 색이 옷에 입혀지는 거예요.